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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스위스 초콜릿
쉴트호른은 뭔가 좀 이상해. 베른 알프스(Berner Overland) 지역에 있고 충분히 알려져 있으면서도 왠지 중심지에서 살짝 비켜있는 듯한 그런 느낌. 융프라우 산악철도가 이곳 관광의 첫번째 옵션이 되다 보니 이곳에서 며칠씩 머물거나 두세번째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가는 그런 곳이 된 같아. 하지만 360도 회전전망대는 베른 알프스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지. 피츠 글로리아라는 레스토랑에 가면 360도를 돌면서 편안하고 느긋하게 삼천미터 이상의 설산이 보여주는 파노라마를 만끽할 수 있어. 이곳은 또 '여왕폐하 대작전'을 찍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는데, 사실 아빠는 그 영화를 보지는 못했어. 1963년 영화라서 오래되기도 했거니와 007도 이 영화 한편만 찍은 조지 레전비(George Laze..
쉬니게플라테(Schynige Platte). 빌데스빌(Wilderswil)에서 50분 정도 기차를 타면 도착한단다. 올라가는 동안, 튠호수, 라우터브루넨 계곡 그리고 그 사이로 융프라우를 볼 수가 있어. 쉬니게플라테는 베르너 오버란트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전망대야. 정면으로 푸른 멘리헨이 보이고 그 뒤로 아이거, 묀희, 융프라우 3산이 우뚝 서 있지. 아이거 왼편으로는 슈렉호른, 베터호른이, 융프라우 오른편으로는 브라이트호른, 칭겔호른이 펼쳐져 있어. 왼쪽으로는 그린델발트 계곡, 오른쪽으로는 라우터브루넨 계곡이 굵은 자국을 내며 이어져 있지. 알프스 산들 중에서 가장 파노라마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게 베르너 오버란트이고, 쉬니게플라테는 그 파노라마를 가슴으로 그냥 품을 수 있는 곳이야. 그뿐만이 아니지..
이전에 아빠가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를 다녀오고 나서 마테호른의 위엄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지? 이번에는 그 얘기를 취소하려고 해. 아빠가 잘 몰랐거든. 자연이 그렇게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지를. 어느 7월 햇살 찬란한 날, 수네가(Sunnegga) 전망대를 올랐어. 마테호른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산들이 펼쳐져 있고 햇볕이 반짝이는 Lei 호수 위에 마테호른이 아름답게 비춰졌어. 수네가 전망대에서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Lei 호수 주변을 거닐고 쉬었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화되는 느낌이었어. 조금 몸을 움직여 Lei 호수를 뒷편 하이킹 코스로 걸어가 보니 지천으로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피어 있었어. 지원이는 그 작디작은 손에 한가득 꽃을 따서 쥐었단다. Lei 호수 언덕 뒤로는 작은 그네가 놓여있었고, ..
인생이란 가까이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누구나 그 얼굴을 한 번 봤을 법한 찰리 채플린이 한 말이래. 아빠 때까지는 정말 유명한 배우였는데, 너희들때는 어떤 지 모르겠다. 얼굴만 익숙하고 정말 누군지는 모르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찰리 채플린이 말년을 보낸 도시가 브베(Vevey)야. 제네바에서 레만호를 끼고 몽트뢰쪽으로 가다보면 만날 수 있지. 찰리 채플린은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했고 마지막은 스위스 브베에서 보냈지. 1952년부터 1997년까지 25년간. 찰리채플린은 무성영화 시대에 최고의 감독이자 배우였어. 황금광시대, 시티라이트, 라임라..
몽트뢰에 가면 프레드 머큐리(Freddie Mercury)의 동상이 있어. 락의 전설, 퀸(Queen)의 보컬리스트지. 프레드 머큐리는 몽트뢰를 각별히 사랑해서 이곳에 작업실을 두고 음반을 녹음했다고 해. 몽트뢰에서는 해마다 7월이면 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데 세계적인 음악축제야. 그런데 퀸(Queen)이 누구냐고? 퀸은 전설적인 락밴드야. Love of My Life, Bohemian Rhapsody, We are the Champions, Too Much Love Will Kill You, Somebody To Love, Don't Stop Me Now, The Great Pretender, Play The Game... 일일이 거론하기도 벅찰 정도로 수많은 명곡들을 불렀어. 들어보면 아..이 노래 하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경외롭고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광경을 느껴본 적이 있니? 아빠는 여행을 갈 때 멋진 풍경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야. 그런데 그날 마테호른은 정말 달랐어. 가슴이 벅차오르고 실핏줄 하나하나까지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단다. 체르마트까지 갔을 때도 날씨가 흐렸어. 마테호른은 구름 사이로 모습을 보였다 또 다시 숨었다 했단다. 5월은 수네가 전망대로 가는 열차가 정비기간이어서 고르너그라트로 향했단다. 산악기차에 몸을 싣고 철컥철컥 구름 속으로 향했어. 비에 촉촉히 젖은 체르마트를 바라보며 구름 속으로 들어갔지. 얼마나 구름 속을 올랐을까? 구름 위의 세상은 햇살 찬란한 눈의 나라였어. 그리고 눈 앞에 우뚝선 마테호른이 굵고 낮은 목소리로 우리를 반겼단다.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마치 황제같은..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그런 길이 있어. 길이 열리면 눈덮인 알프스 봉우리들을 배경으로 반짝이는 호수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계절마다 모양과 색깔을 달리하는 포도나무들이 비탈진 대지를 뒤덮고 있지. 그 포도나무들을 보면 자연의 생명력에 놀라곤 하지만 그러한 광경을 만들어낸 인간의 강인함에 더욱 경외감을 느끼곤 해. 특히 루트리(Lutry)에서 생 사포린(Saint Saphorin)까지 레만호를 따라 펼쳐진 포도밭을 보면 자연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단다. 그리고 그 길을 우리에게 허락해준 신에게 감사하게 되지. 그 길은 우리에게 날씨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계절에 따라 다른 감동을 선사한단다. 그 길 사이사이에 놓여있는 마을은 라보지구가 간직한 작은 보석상자들이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