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스위스 초콜릿
[일곱째 조각]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브베(Vevey) 본문
인생이란 가까이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누구나 그 얼굴을 한 번 봤을 법한 찰리 채플린이 한 말이래. 아빠 때까지는 정말 유명한 배우였는데, 너희들때는 어떤 지 모르겠다. 얼굴만 익숙하고 정말 누군지는 모르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찰리 채플린이 말년을 보낸 도시가 브베(Vevey)야. 제네바에서 레만호를 끼고 몽트뢰쪽으로 가다보면 만날 수 있지.
찰리 채플린은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했고 마지막은 스위스 브베에서 보냈지. 1952년부터 1997년까지 25년간.
찰리채플린은 무성영화 시대에 최고의 감독이자 배우였어. 황금광시대, 시티라이트, 라임라이트, 모던타임즈, 위대한독재자... 우스꽝스런 표정에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주인공의 코미디 영화였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언제나 묵직하고 시대를 관통하고 있었지.
아빠도 찰리 채플린 영화를 좋아했어.
멋진 주인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늘 가슴을 훈훈하게 덥혀주었어. 웃프다(웃기지만 슬프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영화들이지. 남녀 주인공이 팔짱을 끼고 새로운 길을 떠나는 모던타임즈의 마지막 장면에서 동시에 눈물과 웃음이 나왔던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단다.
그런데 이 위대한 예술가가 왜 미국을 떠나 스위스에 와서 말년을 보내게 되었을까? 1950년대초 미국을 뒤덮은 매카시즘(McCarthyism) 열풍 때문이었어. 2차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간에 본격적 냉전이 시작되었지. 매카시라는 미국의 상원의원이 사회 각 분야에서 공산주의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했어. 공산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했지. 중세시대 마녀 사냥처럼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탄압을 받고 추방되었지.
찰리 채플린도 그 중 하나였어. 그의 영화는 늘 약한 사람들의 편이었거든. 자본가나 권력자를 조롱했고 비판했지. 공산주의자인 것은 중요하지 않았어...찰리 채플린의 그런 시선을 불편해했던 사람들이 찰리 채플린을 미국에서 추방시켰어.
그는 자본주의도 아니고 공산주의도 아닌 중립국 스위스로 발길을 돌렸어. 평화로운 레만호 주변 브베(Vevey)에서 조용하게 마지막 여생을 보냈지. 찰리 채플린이 살았던 집은 지금 찰리 채플린 박물관(Chaplin's World)으로 운영되고 있단다.
나중에 너희도 또 기회가 되면 브베에서 레만호 주변을 산책해보렴. 그리고 자기가 살던 나라에서 추방되어 이곳에서 말년을 보냈야했던 찰리 채플린의 기분도 헤아려 보렴. 인생은 과연 희극일까, 비극일까?
참, 브베는 네슬레(Nestle) 본사가 있는 도시이기도 해. 세계 최대의 식품회사 중의 하나지. 브베 호수변에 커다란 포크가 있는데 그 앞이 바로 네슬레의 음식박물관(Alimentarium)이야. 식품과 영양에 대한 여러가지 전시와 체험공간이 있는데, 아빠는 그닥 재미있지는 않았단다. 네슬레 같은 대기업에서 꼭 입장료를 받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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