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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째 조각] 세상에 없는 아름다움, 블레드(Bled) 본문
쉿! 무슨 말이 필요하겠니? 그냥 조용히 이 아름다운 광경을 온몸으로 느껴보렴.
블레드 호수의 아름다움을 글로 묘사하려는 만용이나 블레드 호수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가두려는 허영은 접어두렴. 아무리 그것을 담아두고 다시 꺼내보고 싶다해도 네가 블레드에서 느낀 모든 것은 어디에도 담아둘 수는 없어. 네가 다시 블레드에 가기 전까지는. 그러니 그냥 느끼기만 하렴. 네가 가진 모든 감각을 다 열어 놓고 말이야.
블레드 호수 한가운데는 블레드 섬이 있지. 슬로베니아의 유일한 섬이래. 그 섬 위에 성모승천 성당이 있어. 성모승천 성당으로 가려면 플레타나(Pletana)라고 불리는 작은 나룻배를 타야 한단다. 뱃사공이 젓는 노를 따라 유유히, 천천히 성모승천 성당이 블레드섬으로 가게 된단다.
블레드섬이 가까워지는 동안 호수 내음은 온몸으로 퍼지고, 따사로운 햇살은 얼굴을 간지르지. 물을 가르는 노젓는 소리도 마음을 두드린단다. 서두르면 느끼지 못할 것들이지. 느려서 가치 있는 것들이야. 플레타나에서 지원이는 빅뱅 노래를 불러 함께 배를 탔던 이탈리아 관광객들의 박수를 받았단다.
성모승천성당에는 종이 있어. 이 종을 울리면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대. 엄마와 지우는 과연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성당으로 올라가는 99개의 계단도 있어. 결혼 사진 촬영장소로 유명해. 신랑이 신부를 안고 올라가는 모습을 찍지.
아름다운 블레드 호수 건너편을 보면, 절벽 위에 서 있는 블레드성을 볼 수 있어. 블레드 성에서 바라본 블레드 호의 풍경도 절경이지. 블레드섬을 오고가는 플레타나들, 그리고 그 플레타나가 블레드 호수 위에 남긴 긴 물자국들을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에 평화가 깃든단다.
블레드 호수 주변도 봐봐. 포근하게 호수를 둘러싼 알프스의 산자락, 녹음이 우거진 숲과 크고작은 언덕들...누가 일부러 가져다 놓은 것도 아닌데 그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단다.
우리가 묵었던 집도 너무도 특별했지. 블레드 호수 근처, 작은 성당이 있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이었어. 이름도 모를 평범한 시골 마을을 걷는다는 것이 그렇게도 특별한 일인지 몰랐어. 평범한 것조차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 바로 블레드야.
블레드에 가면 절대 조바심을 내지마. 세상에 없는 아름다움을 그냥 조용히 온몸으로 느끼기만 하면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