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째 조각] 사랑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난다, 피렌체(Firenze)
"사람이란 살아온 날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나는 믿고 있다."
피렌체에서는 누구나 사랑을 꿈꾸게 되지. 그래서 피렌체가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 되었는 지도 몰라. 냉정과 열정 사이는 영화로 봐도 좋고 원작인 소설로 읽어도 좋아.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시각에서 써내려간 이야기가 읽는 이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 준단다.
The Whole Nine Yards의 선율이 흐르며 쥰세이가 자전거를 타면서 아르노 강변을 지나가던 모습,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서 쥰세이가 아오이를 기다리며 끝없이 펼쳐진 피렌체의 붉은 지붕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모습, 골목길 사이로 두오모 성당이 보이는 광장에서 쥰세이와 아오이가 서로를 수줍게 바라보던 모습....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많았겠지만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피렌체는 너무도 아름답고 강렬했던 것 같아.
아빠는 피렌체에서도 미켈란젤로 광장을 제일 좋아해. 아르노 강 남쪽 언덕에 있는 미켈란젤로 광장에 올라가면 아름다운 피렌체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석양의 피렌체를 보기에는 가장 좋은 곳이지. 하루를 밝게 비추던 태양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 두오모 성당과 아르노 강, 베키오 다리, 우피치 미술관, 시뇨리아 광장...아빠가 사랑했던 피렌체 모습들이 노을 속에 붉게 녹아내리며 아스라이 어둠으로 사라져간단다. 언제봐도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모습이란다.
풍경만 아름다운 게 아니야. 피렌체는 르네상스가 가장 찬란하게 꽃핀 도시였어.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단테, 마키아벨리...르네상스의 미술, 건축, 문학, 사상이 바로 이곳 피렌체에서 시작되고 번성했단다. 우피치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르네상스 회화를 보유하고 있는 미술관이라고 해. 보티첼리,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카라바지오, 지오토 같은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을 만날 수 있단다.
피렌체를 얘기하면 메디치 가문을 말하지 않을 수 없어.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중심이 되는 데 메디치 가문의 전폭적인 후원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인 안나 마리아 루이사는 수세기에 걸쳐 가문에서 모아 온 예술품과 건물을 아무 조건없이 피렌체에 기증을 했다고 해. 가문의 품격이 느껴지지 않니?
피렌체 거리를 걷다보면 피노키오 인형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피노키오를 지은 카를로 콜로디도 피렌체 출신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거리의 예술가들도 만날 수 있어. 바닥에 그림을 그리거나 거리의 조각처럼 서있기도 하지.
아빠는 1997년에 이탈리아에 간 적이 있어. 그때도 피렌체를 가장 사랑했었지. 그리고 너희들과 함께 다시 그렇게 피렌체를 만나서 그때 그 이상으로 행복했단다.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다면 언젠가 꼭 만난다. 긴 시간 동안 먼 길을 돌고 돌고 돌아 결국 이렇게 그 사람 앞에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