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덟째 조각] 시간이 머무는 마을, 친퀘테레(Cinque Terre)

둔필승총(鈍筆勝聰) 2016. 5. 30. 22:30

친퀘 테레(Cinque Terre), 아빠는 이곳에서 꼬마였을 적 아빠를 만났어. 오징어 튀김을 입에 물고 신나서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지. 더우면 아이스크림도 먹고 말이야.


 

하늘은 푸르렀고, 바다 내음도 바람을 타고 날아왔어. 거리를 걷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어깨 너머로 뭐가 있나 구경했고, 맛있어 보이는 건 주저없이 사먹었지. 



친퀘 테레, 다섯 마을 하나하나가 보물창고 같고, 또 놀이터 같았어. 해변가로 길게 이어지는 철로가 다섯 개의 마을을 연결시켜 주고 있는데, 라스페치아에서 기차표를 사서 기차에 올라타기만 하면 즐거움이 시작되는 거야.



기차가 자주 오지는 않아. 하지만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것도 좋았어. 바닷가에 기대 서있는 기차역은 막연한 기다림을 설렘이 있는 낭만으로 바꿔놓지. 기차가 오면 그 기차를 타면되고 마음이 머무는 곳에 내리면 또 다른 마을이 우릴 반겨주었지.



기차역에 내려 길을 따라 그냥 걷다 보면 바다가 보여. 바다 바람이 얼굴을 간지르면 가슴 가득 상쾌함이 느껴져.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콧구멍을 타고 들어오는 느낌도 무작정 싫지는 않아. 



부활절 휴가기간이라 그랬는지 유난히 사람이 많았지만, 그 북적임이 오히려 마음을 들뜨게 만들더라. 너무 북적이는 곳도 있었어. 네번째 마을 베르나차(Vernazza)는 플랫폼은커녕 기차역에 들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더라.



마을들은 조금씩 허름했지만 모두 정겨웠어. 두번째 마을 마나롤라(Manarola) 언덕에서 바라본 바다색깔과 마을풍경은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단다. 마나롤라 언덕 위의 놀이터는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놀이터일 거야. 


세번째 마을, 코르닐리아(Corniglia)는 바닷가 높은 언덕 위에 있었어. 끝도 없는 계단을 꼬마 지원이를 데리고 올라가려니 쉽지 않았지. 한숨이 많이 나왔어. 그래도 계단을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펼쳐지는 멋진 풍경이 고단함을 잊게 해 주었지. 



첫번째 마을 리오마조레(Riomaggiore)는 볼 것, 먹을 것으로 가득차 있었어. 마치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시장을 들린 그런 느낌이었어. 걷고 구경하다 보면에 집에 가야한다는 것조차 잊게 되는 그런 곳...



처음에 들렸던 다섯번째 마을 몬테로소알마레(Monterosso al Mare)는 가장 넓은 해변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었어. 해변을 바라보며 점심도 먹고, 친퀘 테레의 집들을 닮은 마그넷도 샀지. 



친퀘 테레에서는 미리 동선을 정해놓거나 남들이 정해놓은 맛집을 찾을 필요는 없어. 신나게 거리를 누비다가 마음이 머무는 곳에 발길을 멈추면 되니까. 길을 잃을 염려도 없어. 바다 바람이 네가 가야할 방향을 알려줄테니까. 



친퀘 테레에서는 그저 여행이 주는 자유를 만끽하기만 하렴. 다섯 마을 모두가 너를 위한 즐거움을 준비해놓고 있을테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