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아홉째조각] 360도 파노라마 전망대, 쉴트호른(Schilthorn)
쉴트호른은 뭔가 좀 이상해. 베른 알프스(Berner Overland) 지역에 있고 충분히 알려져 있으면서도 왠지 중심지에서 살짝 비켜있는 듯한 그런 느낌. 융프라우 산악철도가 이곳 관광의 첫번째 옵션이 되다 보니 이곳에서 며칠씩 머물거나 두세번째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가는 그런 곳이 된 같아.
하지만 360도 회전전망대는 베른 알프스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지. 피츠 글로리아라는 레스토랑에 가면 360도를 돌면서 편안하고 느긋하게 삼천미터 이상의 설산이 보여주는 파노라마를 만끽할 수 있어.
이곳은 또 '여왕폐하 대작전'을 찍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는데, 사실 아빠는 그 영화를 보지는 못했어. 1963년 영화라서 오래되기도 했거니와 007도 이 영화 한편만 찍은 조지 레전비(George Lazenby)라는 배우였어.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 숀 코너리나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같이 007을 대표하는 배우들과는 아우라가 다르더라. 뭔가 허전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007 덕분에 사진 찍는 소소한 재미를 맛볼 수 있지. 피츠 글로리아의 007 버거도 먹을만 하고.
이곳에서는 융프라우, 묀히, 아이거 3봉 뿐만 아니라 날씨가 좋으면 멀리 몽블랑까지도 보여. 인터라켄의 튠, 브리엔츠 호수, 루체른 호수까지도 한눈에 들어오고 말이야. 한마디로 탁 트인 곳이지.
쉴트호른을 오르는 길에는 뮤렌(Murren)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어. 라우터브루넨의 커다란 골짜기 산비탈에 매달려 있는 마을인데, 마을 앞으로 커다란 바위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단다.
마을 가운데로 나있는 길을 너희 둘 모두 열심히 뛰어 다녔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여서 더욱 즐거웠을 거야. 아빠도 아빠의 소중한 친구 가족과 함께 했던 그날의 쉴트호른과 뮤렌이 자꾸만 생각이 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