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쉰번째 조각] 스톤헨지(Stonehenge),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곳

둔필승총(鈍筆勝聰) 2016. 8. 25. 21:58

광활한 솔즈베리 평원 위에 태양은 뜨고 지기를 반복했다. 

계절이 바뀌고 눈이 오고 비가 오고...해가 바뀌고 세월이 쌓였다. 

그렇게 4000년이라는 세월 동안 스톤헨지는 묵묵히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거대한 돌들이 동그랗게 모여있다. 거석문화라고 한다. 

태양신께 제사를 드리던 곳이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어렸을 때 강화도에서 보았던 고인돌이 떠오른다. 죽은 사람들의 무덤이라고 했다.



이렇게 커다란 돌을 황량한 벌판 가운데로 왜 옮겼을까?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빌었던 것일까? 살아 있는 이들의 행복을 바랬던 것일까?



해가 저무는 평원 위에서 스톤헨지를 바라 본다.

우리가 스톤헨지를 보는 것일까? 아니면 스톤헨지가 우리를 보는 것일까?



저 언덕 너머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양들이 보인다.

스톤헨지는 인간이 양들을 잡아 제사를 지내던 시대도 보았고,

양이 인간을 도시로 쫓아보내던 인클로저 운동도 보았을 것이다.


맨발로 달리던 인간이, 말을 타고, 마차를 타고

증기기관이라는 것을 발명해서 기관차를 타게 되는 것도 보았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탄생해서, 대서양 건너로 지중해 너머로 아시아 대륙까지 

끝도 없는 시장을 넓혀가던 시대로 보았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욕망의 수단으로 삼았던 제국주의와 

수많은 생명이 탐욕의 제물로 산화되었던 두차례의 세계대전도 조용히 바라보았을 것이다.



스톤헨지가 생각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이란 것이 참 짧고 덧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한순간 한순간 늘 행복해야 한다고...


사랑하는 지우, 지원아, 

삶의 모든 순간에서 선택의 기준은 너희 자신의 행복이란다. 늘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