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스물네번째 조각] 낭만을 사색하는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둔필승총(鈍筆勝聰) 2016. 6. 14. 16:04

하이델베르크는 대학의 도시라고 해.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1385년 세워졌는데 독일 최초의 대학이고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오래된 대학이야.  괴테, 헤겔, 막스베버, 에리히 프롬, 하버마스, 야스퍼스 같은 세계적인 지성들이 이 학교를 거쳐 갔다는구나. 노벨상 수상자들도 많이 나왔대. 어떻게 기준을 잡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50명이 넘는다는 자료도 있더라.


하이델베르크는 옛날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으로도 유명하지. 엄마는 어렸을 적 이 영화를 보고나서 꼭 하이델베르크에 와보고 싶었다고 하더구나.


"황태자의 첫사랑"은 19세기 말 어느 유럽 왕국의 황태자가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유학을 가서 하숙집 아가씨(캐티)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야. 로맨틱하지만 이루어질 수는 없었겠지? 황태자가 학교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Drink, Drink, Drink"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지. 


하이델베르크가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이 된 것은 유명한 대학이 있어서만은 아닐거야. 하이델베르크 도시 자체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젊은 황태자의 사랑 이야기를 찍기에 아주 좋았겠지. 


도시 옆으로 네카(Neckar) 강이 조용히 흐르고, 도시 가운데로는 아기자기한 상점과 집들이 늘어서 있고, 멀리 언덕 위에서는 하이델베르성이 지긋이 도시를 내려다 보고 있거든.


하이델베르크 구 시가에서 카를 테오도르 다리(오래된 다리라는 의미로 알테 브뤼케라고도 하더라)를 건너면 철학자의 길이 나와. 가파른 언덕길이 힘들기도 하지만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보는 하이델베르크의 풍경은 길을 오를 때의 노고를 잊게해 준단다. 


헤겔, 괴테, 야스퍼스, 막스 베버 같은 철학자들이 이 길을 걸으며 사색을 했다고 해. 독일 철학은 관념적이고 논리적인 것으로 유명하지. 다르게 말하면 단조롭게 지루하다고 할 수도 있지. 그런 독일 철학이 왠지 철학자의 길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참 언덕 위에서는 화장실 찾기가 어려워. 지원이가 큰 일을 보고 싶어했는데 결국 실패했지.


하이델베르크에서 재미있는 곳으로는 학생감옥이 있어. 당시 학생들은 치외법권의 혜택을 누렸대. 잘못을 해도 일반법으로는 다스릴 수 없는 거지.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였다고는 하는데 그것 때문에 시민들이 불만이 많았다는 구나. 


그래서 학색 감옥을 따로 만들어 잘못한 학생들을 여기에 가두고 반성하도록 했대. 감옥에 갇힌 학생들의 낙서로 가득찬 벽도 특색이 있어. 하이델베르크 대학에는 교복과 모자가 있는데 자기가 속한 모임에 따라 각각 조금 다른 색깔과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더라. 이것도 재미있는 전통인 것 같아.


콘마르트 광장에서 모노레일을 타면 하이델베르크 성에 오를 수 있어. 하이델베르크 성은 신성로마제국 제후의 성으로 지어졌다가 30년 전쟁(1618~1648), 프랑스와의 왕위 계승전쟁(1689~1693) 등을 거치면서 파괴되었는데, 아직 완벽하게 복원되지는 못했어. 


일부는 복원되고 일부는 폐허로 그대로 있는 성의 모습도 이채로왔지만, 주변에 정원과 나무, 잔디밭이 많아서 좋았어. 지원이는 잔디밭을 뛰어다니다가 외국인 꼬마 친구를 사귀기도 했지. 결혼 사진을 찍는 풍경도 볼 수 있었어.


하이델베르크의 한인식당도 즐거운 추억이었어. 원래 소반이라는 곳을 갔다가 자리가 없어서 '고기마차'라는 식당을 갔었는데, 유럽에서 가본 한인식당 중에 가장 친절하고 음식맛도 좋았어. 아빠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이곳에 대한 기억이 가장 좋았단다.


우리는 항상 미국 중심의 사고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외국의 명문 대학교도 하버드나 예일 같은 아이비리그 대학부터 떠올리지. 그 다음에 떠올리는 것도 영미권 대학인 영국의 캠브리지나 옥스포드 대학교가 될거야. 그만큼 우리의 사고가 넓지 못한 것 같아.


얘들아, 너희들은 지금의 아빠보다도 더 넓은 세상을 무대로 살아가게 될 거야. 고정된 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더 넓게 보고 더 균형있는 시각을 가지질 바래. 그러면 더 넓은 시야만큼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넓은 기회를 가지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