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번째 조각] 소소하고 달달한 알사스(Alsace)
알사스 지방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야. 스트라스부르나 꼴마르도 다 알사스 지방이지.
17세기 30년 전쟁(베스트팔렌 조약), 19세기 프랑스-프로이센 전쟁(프랑크푸르트 조약), 20세기 세계 1차대전(베르사유 조약)을 거치면서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이 땅의 주인이 계속 바뀌어 왔어. 그래서인지 알사스에서는 독일어에서 유래된 지명들이 많아.
그렇지만 알사스에 오면 그런 복잡한 역사는 잠시 잊어도 될거야. 이방인으로 알사스에 들리면 그저 마음을 열고 알사스가 주는 평화스러움과 포근함, 소소한 즐거움들을 느끼기만 하면 되니까. 그래서 아빠는 알사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뭔가 아삭아삭하면서 달달한 느낌이 들어.
알사스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걷는거야. 작은 지도 한장을 들고 그냥 거닐어 보렴. 굳이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할 필요는 없어. 그냥 발길이 닿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걷다보면 예기치 않았던 곳에서 뜻밖의 즐거움들과 마주하게 될테니까 말야. 우리들의 삶이 그러하듯이 말이야.
알사스에 가장 큰 도시는 스트라스부르야. 그렇지만 알사스는 화이트와인으로 유명해. 야트마한 보쥬(Vosges) 산맥을 등에 지고 끝도 없는 포도밭이 길게 늘어서 있고, 그 길목길목 마다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이 우리를 반겨준단다.
에귀쉐임(Eguisheim), 위나비르(Hunawihr), 스파흐(Hunspach), 히끄비르(Riquewihr)가 대표적인 마을이지. 크지는 않지만 그 마을들은 저마다의 품격과 매력으로 우리들을 맞아준단다. 그중 에귀쉐임은 교황이 배출된 마을이기도 하고, 미녀와 야수의 모티브가 된 마을이기도 하다네.
화이트와인을 레드와인의 조연 정도도 생각했다면 알사스에 있는 와이너리에 들려봐. 리즐링, 피노그리, 게부르츠트라미너, 실바네 같은 화이트 와인 품종을 모두 만날 수 있단다. 같은 품종이라고 해도 포도밭마다, 양조장마다 서로 다른 맛과 향을 보여주지. 리슬링은 좀 드라이하고 피노 그리는 약간 달콤하고... 게부르츠트라미너는 달달함 뒤에 오는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지.
알사스에 가면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도 좋아. 그래서 평화로운 대지의 비탈 위에 나즈막히 내려앉아 있는 마을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느껴보렴.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고 사진으로도 보여주기 어렵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을 마음에 남길 수가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