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째 조각] 행복한 동화마을 산책, 로텐부르크(Rothenburg)
우리가 유럽의 예쁜 마을을 얘기할 때 흔히 동화마을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해. 로텐부르크가 딱 그런 마을이야. 정확한 이름은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Rothenburg ob der Tauber)'이고 타우버 강 위에 있는 로텐부르크라는 뜻이래.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을 들어서면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집과 거리, 광장을 만날 수 있단다. 성곽을 돌아가며 마을을 구경하다보면 성곽 위의 탑을 올라갈 수 있어. 거기에서는 로텐부르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붉은 지붕들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지.
거리 곳곳의 장남감 가게에 들어가 아기자기하고 예쁜 장난감들을 구경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야.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상점가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이 로텐부르크라는 얘기도 있어. 지금 우리집에 있는 호두까기 인형도 로텐부르크에서 데려온 것이란다.
로텐부르크는 슈니발렌의 본고장이야. 밀가루 반죽을 공처럼 뭉쳐서 튀기고 그 위에 갖가지 재료를 뿌려 색과 맛을 내지. 우리나라에서는 망치로 두드려 깨서 먹는다고 망치과자라고도 한다네. 좀 딱딱해서 먹기 불편한 점도 있지만 독특하면서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과자지.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로텐부르크는 2차대전때 폭격으로 인해 도시의 절반이 파괴되었대. 수많은 건물과 거리, 성곽이 잿더미가 되었지. 지금의 모습은 대부분 복원된 거야. 뭔가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드니?
그런데 아빠는 옛것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말에 늘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 천년이상 수많은 전쟁을 경험한 유럽에서 '그대로 보존'이라는 말이 과연 유효할 수 있었을까? 굳이 전쟁을 겪지 않았더라도 '그냥 그대로' 두어도 수천년, 수백년 '그냥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있을까?
과거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그냥 그대로 두어서만은 안돼. 보이지 않는 세심한 노력이 없이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거든. 지금 우리가 보는 수많은 문화재와 유적, 예술작품들은 과거와 현재가 함께 노력한 결과물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