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열여섯째 조각] 시간이 멈춘 도시, 톨레도(Toledo)

둔필승총(鈍筆勝聰) 2016. 6. 7. 23:54


타호강을 건너는 순간, 시간은 5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톨레도의 모든 시간은 중세에서 멈춰져 있어.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말이야.



톨레도는 서고트 왕국의 수도였대. 이슬람 세력의 지배를 받기 전의 일이지. 이슬람 세력이 지배하는 동안에는 톨레도 왕국의 수도였고, 이슬람 세력이 떠난 후에는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였어. 스페인의 대표적인 화가, '엘 그레코'가 톨레도에서 활동했다는 구나.  



톨레도는 타호강으로 둘러쌓인 요새같은 도시야. 적으로부터 침략에 대비하기 좋지. 난세의 수도로서는 더없이 좋은 지형이었지만 더 크게 발전하기가 어려웠지.



세계 제국으로 발전해 가는 스페인에게 톨레도는 수도로서 적합하지 않았지. 너무 비좁았어. 1560년 펠리프 2세가 스페인의 수도를 마드리드로 옮겼어. 톨레도는 중심지로서의 역동성을 잃고 말았지. 그대로 살아있는 박물관이 된거야.



톨레도를 걸어보렴. 벽돌길을 걷고 걷다 보면 길을 잃기 십상이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표지판을 잘 보고 따라가야 할 거야. 



알카사르, 대성당을 거쳐 산토 토메 성당으로 가다보면 수녀님들이 만든 마사판을 파는 가게가 있어. 잠깐 쉬면서 달콤한 마사판을 입안에서 살살 녹여봐. 그 달달한 느낌이 행복한 추억으로 계속될 거야.



톨레도를 한눈에 담으려면 남쪽 언덕의 파라도르로 가렴. 사진에서 본 톨레도를 그대로 만날 수 있으니까. 



시간이 멈춰버렸기 때문일까? 톨레도는 신비롭고 고혹적이지만 조금은 애처롭게도 느껴져. 마치 영원히 깨지 못할 잠을 자고 있는 마법에 걸린 기사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