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열네번째 조각] 1492 그라나다 (Granada)

둔필승총(鈍筆勝聰) 2016. 6. 7. 23:34

1492년은 스페인에게 아주 특별한 해야. 스페인을 지배하던 이슬람 세력을 다시 북아프리카로 쫓아낸 해거든. 750여년의 걸친 스페인의 국토수복운동(레콘키스타, Reconquista)이 완성된 해이지. 



스페인의 두 왕국, 카스티야의 이사벨라 여왕과 아라곤의 페르디난드 왕이 결혼을 해서 통일의 기초를 놓았고, 결국 그들은 1492년 그라나다에서 마지막 이슬람의 왕 무함마드를 바다 건너로 쫓아내지. 그라나다에 가면 무함마드 왕이 이사벨라 여왕에게 머리를 숙이고 항복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단다. 가장 중심가에 이사벨라 여왕 동상도 있고 말이야.





그뿐만이 아냐. 1492년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도착'한 해이기도 하지. 아빠는 아메리카 대륙 '발견'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유럽 사람들 눈에나 발견이지. 거기에는 원래 사람들이 살고 있었잖아. 누가 한국을 발견했다고 말하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니?


아무튼 1492년은 스페인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해야.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국토를 되찾았고, 스페인 제국의 영광이 시작되었거든. 그라나다 회복은 국토수복의 마지막 단추였지.



그라나다의 언덕 위에는 알함브라(Alhambra) 궁전이 있어. 이베리아 반도에서 꽃피웠던 이슬람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지. 알함브라는 아랍어로 '붉다'는 뜻이라고 해. 붉은 빛을 띄는 이 지역의 흙으로 쌓아올린 궁전은 석양으로 해가 기울때 더욱 붉게 타오르게 되지.



알함브라 궁전의 벽과 기둥에 세겨진 기하학적 아라베스트 문양들은 정교하기 이를 데 없어. 작은 물줄기가 궁전 사이사이를 흐르고, 이름모를 분수들에서 그 물줄기들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지. 



알함브라 궁전의 백미는 궁전 곳곳에 배치된 이슬람식 정원들이야. 물과 꽃, 나무와 풀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그 정원은 뒤에 있는 궁전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지. 



궁전과 궁전을 잇는 다리에서는 그라나다의 알바이신 지구도 볼 수 있어. 궁전의 높은 성채 위에 올라가면 알함브라 궁전과 그라나다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단다.



알함브라 궁전은 기타곡으로도 유명하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클래식 기타를 배우는 사람들은 누구나 언젠가 꼭 그곡을 치겠다는 로망에 빠지곤 하지. 알함브라 궁전을 거닐다보면 계속 귓가에 그 멜로디가 맴돌지. 실제로 그 곡을 틀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환청으로 들리기도 하고 말이야.


알함브라 궁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이란다. 어빙은 19세기 미국의 여행가이면서 작가인데, 알함브라 궁전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 머물면서 글을 썼대. 그가 쓴 '알함브라 이야기'라는 책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알함브라 궁전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곳의 복원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는 구나. 


엄마도 알함브라 궁전이 너무 인상적이었나봐. 여행만으로는 모자라서 알함브라 이야기까지 읽었지 뭐야. 엄마는 언젠가 알함브라 궁전을 꼭 다시 가보고 싶대. 엄마가 가고 싶다면...꼭 다시 가봐야 하지 않겠니? 아직 느끼지 못한 알함브라의 아름다움이 많이 남아있을 테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