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열세번째 조각] 아픈 기억의 되새김질, 뉘른베르크(Nurnberg)

둔필승총(鈍筆勝聰) 2016. 5. 31. 01:28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아픈 기억은 있어. 그래서 사람에게 망각은 정신적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어기재로 작용한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잊고 싶은 기억이 사라지는 거지.



그렇지만 역사의 아픈 기억은 절대로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고통스럽고 부끄럽더라도 그것을 자꾸 되새김질해야만 그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거든.


뉘른베르크는 나치의 거점이었대. 1933년부터 1938년까지 나치전당대회가 열렸다고 하네. 1935년 9월에는 뉘른베르크법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이 인종차별과 유대인 학살의 법적근거가 되었대.



2차대전이 끝난 후에는 뉘른베르크에서 전범재판이 열렸어. 1945년 10월11일 부터 '정의의 전당' 법정에서 재판이 열렸고 403차례의 공판을 거쳐 이듬해인 1946.9.30일부터 10.1일까지 2일간에 걸쳐서 판결이 내려졌대.





그리고 독일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보다 정확하게는 그러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전범재판소를 보존해서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어. 그 때문에 도시로는 최초로 2001년 4월21일 유네스코의 인권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네.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소에 가면 일본 전범재판에 대한 전시도 있더라. 맥아더와 일왕이 나란히 서서 찍은 이 사진을 보면 아빠가 좋아하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이 하나 생각나. "단죄없는 용서와 책임없는 사죄는 은폐의 합의입니다."



그런데 얘들아, 하나만 더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는 잊고 싶은 아픈 기억이 없을까? 제주 4.3항쟁과 같은 해방공간의 혼란과 과거 독재정권의 수많은 인권침해의 사례들, 광주민주화운동, 삼풍붕괴사고, 그리고 세월호 사태까지...


우리의 아픈 역사도 부끄럽지만 잊어서는 안돼. 새로운 덧칠도 해서는 안돼. 아프지만 기억해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거든.



참, 뉘른베르크를 그냥 나치의 도시나 전범재판소로만 기억하면 안돼. 이곳은 한 때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니까. 우리가 들렸던 8월초에는 멋진 음악축제도 열렸던 곳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