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열한번째 조각] 불멸을 만나다, 성가족성당(Sagrada Familia)

둔필승총(鈍筆勝聰) 2016. 5. 30. 23:37


솔직히 말해서 아빠는 신앙심이 두터운 사람은 아니야. 그래도 성가족성당(Sagrade Familia)은 아빠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하느님을 마주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한단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하고 130년이 넘게 지어지고 있는 성가족성당.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최고의, 그리고 최후의 걸작이지. 보는 순간 압도되고 가까이서보면 더욱 경탄스럽단다. 건축과 조각, 빛과 공간, 형태와 상징이 완벽하게 구현되고 조화를 이룬 살아있는 성서(the Bible)란다.



인간이 의도한 건축물 중에 이 이상의 건축물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야. 신의 의도라면 신이 인간세상에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가우디로 변해 이 성당을 만들지 않았을까?


자신의 삶 동안 완성할 수 없는 건축물을 설계하고 생의 마지막까지 성당 건축과 함께한 가우디야말로 성가족성당을 통해 불멸의 꿈을 꾸고 불멸을 완성한 사람 아니었을까? "처음 시작한 사람이 마지막 완성까지 보았다면 그 만큼의 웅장함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우디가 남긴 말이래. 의미심장하면서 조금은 슬프기까지 하지.




아빠는 이렇게 생각해.

불멸은 영원히 존재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불멸을 위해 희생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라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으로써 부활하시고 영생을 얻으신 것처럼 말이야.




성가족 성당은 3개의 파사드로 이루어졌어. 예수의 탄생(Nativity), 예수의 수난(Passion), 예수의 영광(Gloria). 각각의 파사드는 그 주제를 형상화한 조각들로 이루어졌는데 그 조각 하나하나가 성경을 읽는 것 이상으로 마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단다.




각각의 파사드 위에는 4개의 탑이 있는데, 모두 12개로 예수님의 12제자를 상징한다고 해. 그리고 4대 복음서 저자를 위한 4개의 탑, 그리고 성모님을 상징하는 탑이 더 세워지고, 마지막에는 예수님을 상징하는 가장 높은 첨탑이 세워지는 데 높이는 170m가 될 거래.





이 높이는 바르셀로나 몬주익언덕(173m)보다 살짝 낮은데, 신이 만든 자연보다 더 높아서는 안된다는 가우디의 고집이 담겨있는 거라네.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건축물에 직선을 쓰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지.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뭐랄까 커다란 숲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무가지와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추고...신이 나를 바라보는 듯한 포근함이 나를 감싸지. 밖에서 볼 때와는 사뭇다르게 아주 밝고 따뜻하단다.





지하로 들어가면 가우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어. 일종의 작은 박물관인 셈이야.


가우디는 예수의 탄생 파사드와 그 위 옥수수 모양의 4개의 탑까지만 만들었대. 예수의 수난 파사드는 까탈루냐 출신의 또 다른 천재 조각가 수비라치(Josep Maria Subirachs)가 만들었지. 가우디 서거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성당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대.




사랑하는 나의 지우, 지원아,

성당이 다지어지고 나면 엄마, 아빠와 함께 다시 그곳을 한번 찾아보지 않을래?